이동식 닭장을 만들었다. 닭장문을 열면 닭들이 나와서 이동식 닭장 안으로 줄지어 들어간다. 풀이 많은 곳으로 밀지만 돌들이 많아 걸리면서 잘 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돌들을 호미로 파서 들어내고 있다. 호미질 하는 모습을 보고 이웃 아주머니들이 말을 건다. 거기다 뭘 심으려고 땅을 뒤집고 있냐는 것이다. 이동식 닭장이 돌들 때문에 잘 밀리지 않아서 돌을 골라낸다고 하니 웃으신다.
‘헛풀매지 말고 들깨를 심어라. 잘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들기름 두어 말은 충분히 나온다’고 하시더니 김장배추를 심어도 좋겠다‘하신다.
“잘 몰라서요... 땅에 돌들이 많아서 뭘 심어도 될까요?”
그냥 심기만 하면 저절로 수확될 것처럼 말씀하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땅을 놀리는 것이 아까운 것 아닐까? 실제 이웃들은 길가 조그만 땅도 놓치지 않고 이것저것 작물을 심는다. 게다가 살뜰하게 가꿔낸다. 그런데 나는 날마다 헛풀을 매고 있으니...이웃들 눈에 나는 헛풀 매는 안타까운 외지인이다.
돌들을 들어내도 이동식 닭장은 잘 밀리지 않는다. 땅이 평평하지 않아 그런가? 하면서 잔돌멩이까지 쇠스랑으로 긁어내며 기를 쏟아붓는다. 땅에 붙어있는 날들이 길어진다. 그런데 헛풀을 매면서 의외의 소득이 있다. 이웃하고 말을 섞는 기회가 많아졌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친분을 쌓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게다가 헛풀 매는 안타까운 외지인에게 호박, 오이, 옥수수 등을 선뜻 가져다주신다.
집 짓고 이사 온 외지인이 뭘 하나 궁금하기도 하셨을 것이다. 안에만 있으면 마주칠 일이 없는데 내가 밖에서 헛풀을 매고 있으니 말을 건네시는 것이다. 나도 사람이 지나가면 무조건 인사부터 한다. 헛풀 매면서. 닭장과 돌탑(자연미술가 이응우선생님 작품)주변에 꽃을 심고 있는데 자신의 집에 야생화가 많으니 가져다 심으라는 분도 있다. 한 번은 지나가는 택시가 서더니 기사님이 창문을 내려 웃으시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아는 사람인가 싶어 나도 인사부터 한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낯선 사람이다. “아주머니~ 무슨 일을 그렇게 하세요?” 자신이 자주 여기를 오가는데 내가 매일 땅에 붙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네~~아무 것도 안 해요, 조심히 가세요” 기사님 눈에도 안타까운 것일까?
아~나는 광장에서 날마다 헛풀을 매는 사람이었다!( 글 김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