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오후 4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큰길과 주변 도로에 전국의 교사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열렸다.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 된 모임은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교육부이며 슬픔을 칼로 베지 마라”는 4대 종교 대표들의 연대사로 이어졌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종교계 인사는 기독교 박영락 목사, 천주교 조나자레나 수녀, 원불교 서등윤 교무, 불교 지몽 스님이었다.
서이초 사망교사의 어머니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앞으로 진실 찾기에 더 신경 써서 떠나야 할 수밖에 없었던 너의 한을 꼭 풀어주고 싶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추모 화환에 보답하는 일이며,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교권과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교원의 사기 진작을 향한 조그마한 희망의 불씨이며 작은 위로”라고 말할 때 참석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94초의 침묵의 시간을 가진 후에 모임에 참석한 초등학교 어린이와 학부모의 지지 발언과 정신과 의사 김현수 선생의 교사들의 정신적 질환에 대한 걱정과 당부, 당국의 대오각성과 지원에 대한 연대사가 이어졌다. 간디학교 학생들이 ‘꿈꾸지 않으면’을 단상에서 부르는 동안에도 참가한 교사들은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하라’는 구호를 계속해서 연호하기도 했다.
모임은 이 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여러 교원단체의 대동적으로 협력할 것을 주문하고 성명서를 읽고 해산했다.
이날 ‘공교육 멈춤’에 참여한 교사들은 집회에서 ‘정당한 임시휴업’ 등에 대해 파면, 해임 등으로 으름장을 놓고 겁을 준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교육부를 일제히 규탄하면 국회를 향해서는 “교권보호 합의안을 지금 당장 처리하라”고 외쳤다.
이날 교사집회에는 처음으로 여야 의원 15명 가량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 3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교육부 장상윤 차관도 교사집회장 길섶에 서서 행사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8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일어난 이후 7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 7차에 걸친 대규모 교사대회가 열렸고 급기야 지난 9월 2일 집회는 전국 교원 50만명 중 3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교사집회에서 발표된 8차례에 걸친 교사집회 대표 구호는 다음과 같다.
7월 22일 1차,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7월 29일 2차,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
8월 5일 3차, 서이초교 진상규명 촉구한다, 아동학대 처벌법을 개정하라
8월 12일 4차, 수업 방해 대응체계 마련하라
8월 19일 5차, 실효적인 민원처리시스템 마련하라
8월 26일 6차, 교사가 전문가다. 현장요구 반영하라
9월2일 7차,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끝까지 한다
9월4일 추모집회, 교권보호 합의안을 지금 당장 의결하라
서이초 교사 사망사고 이후에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교사가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고, 8월 31일 서울과 전북에서 초등학교 두 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건에 이어 9월 3일 경기도 용인에서 고등학교 교사가 자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교육계는 물론 전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한편 상경하지 못한 지방의 교사들은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같은 시간에 별도로 모여 추모 행사를 가졌다.(전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