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걸(밀주초등학교 교감)

2020년 9월1일자로 밀주초에 교감으로 부임해서 코로나19로 궤멸직전까지 갔던 양궁부를 살리려고 지난 3년간 최선을 다했다. 선수모집과 감독선임, 업무분장, 선수와 코치 격려, 선수내부에 내홍이 생길때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주말마다 양궁장에 가서 코치와 선수를 독려하며 양궁부 육성학교 교감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10년전 교사시절, 밀주초에서 양궁부감독을 하면서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던 경험을 발판으로 누구보다 양궁부의 섭리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독려와 조언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밀주초는 작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 전국소년체전에서 첫 은메달을 땄고 2022년에는 금 하나, 은 하나를 수확했다. 2023년 전국소년체전에서는 금2, 은2, 동1의 역대급 성적을 내었는데 밀양시 전체에서 밀주초가 올해 유일하게 금메달이 나온 학교가 되었다.

소년체전 입상 유공자에 대한 포상기준 공문이 내려왔다.

1. 금메달 입상 교육지원청 교육장

2.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입상 학교장

3. 금메달 입상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

4. 금메달 입상 교육지원청 담당 주무관

5.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

6. 도교육청 담당 주무관

올해도 역시 대상자에 교감도, 담당 교사는


없다. 밀주초 부임 3년이 넘은 교감이지만 3개월된 교장보다 기여한 게 없다. 밀주초 양궁부가 금메달을 따는데 교육지원청 교육장보다, 교육지원청 장학사보다, 교육지원청 담당주무관보다, 당해학교 교감은 지난 3년간 아무것도 기여한 게 없다.

양궁부 선수들간에 학폭이나 성폭력 사안, 혹은 예산유용과 같은 비위가 한 건만 발생해도 교감인 나는 중간결재권자로서 징계를 각오해야 한다. 선수들과 지도자간에 문제가 생겨도 관리감독권자로서 책임은 져야하는데 성과가 나오면 전혀 보상이 없는 게 또한 교감이란 자리이다.

전국소년체전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 학교의 교기육성 관련자들이 모두가 힘을 합쳐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그만큼 소년체전 금메달은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소년체전 금메달이 나와도 관리자 성과상여금 등급에조차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밀양시 스포츠클럽대회에서 1위를 하나 전국소년체전에서 1위를 하나 성과기준은 똑같다. 밀양교육지원청에 전국소년체전 메달획득에 대한 관리자 성과상여금 보상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지난 3년동안 줄기차게 부탁했는데도 전부 소귀에 경읽기였다. 그런데 관내 학교에 금메달이라도 하나 나오면 지원청 관련자들은 포상으로 인해 잔치분위기다.

전국소년체전 메달에 더이상 열정을 쏟을 이유가 없는데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4학년 여학생 한명을 교무실로 불러서 양궁부 선수로 육성할려고 설득에 나섰고 성공했다.

2023년 소년체전 밀주초 금메달의 모든 공은 교육장과 학교장과 담당장학사와 담당주무관에게...책임만 있고 보상이 없는 교감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실책에 대한 책임도 묻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성과의 모든 공은 교장 일인에게로만 흘러 가고 과에 대한 책임은 관련자들이 나누어 짊어진다. 내가 교장이 되고 싶은 작은 이유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