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 외곽에 있는 작은 학교인 우리 학교의 전망

2019년 9월 1일에 공모 교장으로 부임하여 이제 3년 10개월째를 맞이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언제나 그렇지만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학교가 있는 진주시 지수면은 상주인구가 2000명이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면이다. 진주시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으로써 의령군과 함안군의 접경에 있다. 인구 감소는 우리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2023년 우리 학교 신입생은 단 3명이었다. 참고로 2022년에는 1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제법 크다. 현재 지수초등학교 6학년은 8명인데 이중 몇 명이 우리 학교로 진학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대부분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진주 시내로 전입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진주를 떠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아마도 4~5명 정도 우리 학교로 온다고 가정하면 2024년 지수중학교 전체 학생 수는 20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그런가 하면 진주 시내 혁신 지구 중학교는 학생이 늘고 학급이 늘어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의 우려까지 있는 상황이다. 불과 30Km 떨어진 우리 학교는 신입생 숫자가 적어 학교 존립의 문제가 대두되는 기이한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 학교는 자부하건대 교육활동의 질이 매우 좋다. 하지만 아무리 교육활동의 질이 좋아도 부모들은 한사코 도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한다. 이유는 천 가지 만 가지가 넘어 말하기 조차 힘들다.

공모 교장으로 보낸 4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현상유지였다. 누군가 혁신 지구의 많은 아이들 중 일부를 우리 학교로 데려 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일단 제도적으로 통학버스가 없다. 아이들이 노선버스를 타면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린다. 3년 내내 부모들이 아이들을 실어 나를 수도 없다.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렵다.

필연적으로 아이들은 줄어들 것이고 마침내 이웃에 있는 작은 학교들과 통합해야 하는 과정에 이르게 될 것인데,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일들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아이들에게나 부모들에게나 그리고 선생님들 또한 상처 없이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2. 오늘은 2023년 9월 1일자 부임 공모교장 학교 심사가 있는 날이다.

정확하게 4년 전 내가 경험했던 그 일을 경험하고 계시는 5명의 후보자들이 지금 절차에 따라 뭔가를 하고 계실 것이다.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도록 아마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분명히 한 분의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탄생하실 것인데 그 교장 선생님이 책일 질 지수중학교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물론 내가 처음 교장이 되고 난 이듬해 입학생이 단 1명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누구에게도 그 심정을 토로할 수 없었다. 이듬에 12명, 그리고 10명이 입학하고 전체 학생 수가 30명에 가까워지면서 몇 가지 상황들은 유연해졌지만 여전히 도교육청이나 도의회에서 하한선으로 잡은 기준 인원에 미치지 못해서 4년 내내 어떠한 시설 지원도 받지 못했다. 강당은 고사하고 건물 내에 여유 공간 하나 없고 세부적인 시설은 열악하기만 하다.(지난 15년 동안 개보수는 없었다. 유리창도 한 겹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은 춥다. 등등)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것은 선생님들 모두 열정적으로 교육활동을 하신다는 것이다. 평균 연령이 제법 많은 우리 학교와 비슷한 선생님들 중에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만큼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는 분들은 흔치 않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교장인 나 역시 일주일에 한 시간씩 반드시 ‘철학수업’을 했다. 심지어 그 수업의 과정을 통해 중학교 철학이라는 책을 펴냈고(중학교 철학, 김준식 지음, 교육과학사, 2022) 6월 말이면 그 2권이 세상이 나온다. 전교생을 모아 놓고 빠짐없이 계속한 철학 수업을 통해 어쩌면 선생님들의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선생님들에 대한 생각은 단 하나다. ‘믿음!’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믿는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20년 이상 교육활동을 해 오셨으니 믿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 선생님들은 자율적으로 그리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신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3. 새 교장 선생님에 대한 기대

어쩌면 부담을 안고 오실지도 모른다. 지금의 틀을 유지할지, 아니면 새롭게 재편할지는 순전히 새 교장 선생님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다만 현재 선생님들이 너무나 잘하고 계시기 때문에 혹여 새 교장 선생님의 방향과 정책이 혼선을 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공모라는 방법을 통해 선발하기 때문에 이 걱정은 그저 기우일 것이다.

4년 동안 교장이라는 직책으로 있었던 지수중학교를 떠날 날이 이제 77일 남았다.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지수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