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아카데미] 독서운동가 백화현 강연..."세상은 바뀌었는데, 한국 교육은 그대로"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6.04 08:38 의견 0

교육에서 독서 토론 교육은 왜 필요한가? 4차산업혁명을 말하고 CHAT GPT가 대세인 이 시대에도 주입식 암기교육의 수렁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시대에 백화현은 독서 토론 교육은 "스스로 생각하며 자존감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주의 강연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교육의 문제를 다시 생각한다. 지역 단위의 이럼 모임이 많이 조직되기를 바라며 <제주의 소리> 기사를 공유한다.

[학부모아카데미] 독서운동가 백화현 강연..."세상은 바뀌었는데, 한국 교육은 그대로"

​책을 읽고 왜 토론해야 할까? 책 모임은 왜 필요할까?

이런 질문에 <도란도란 책모임>(학교도서관저널)의 저자, 백화현은 "이미 정답만 외워서 푸는 산업화시대 교육은 끝났다. 이미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기획하는 지식정보 기반의 사회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내가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 답을 찾고 개척하는 능력은 입시 중심의 암기 교육에서 절대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23학부모아카데미−책 읽기의 힘, 도란도란 책모임’ 첫 번째 일정이 2일 오후 1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의 대상은 책모임을 시도해보고 싶은 제주 학부모들이다. 강사는 백화현으로 30여년 간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2015년부터 지금까지 독서운동가 겸 작가로 활동 중이다.

백화현 작가는 강연 시작에 앞서 그림책 <브루키와 작은 양>(미디어창비)을 통해 자녀에 대한 사랑이 어떤 성격이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 브루키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은 양이 노래도 잘 부르고 책도 잘 읽기를 바란다. 하지만 작은 양은 그저 '매에'하고 울 뿐이다. 브루키는 생각을 바꿔서 작은 양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준다. 이것이 사랑이라고 본다. 방법을 찾아서 내가 해주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은 다르다. 그 사람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배려로 맞춰주는 게 사랑이지,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는 건 사랑이라고 볼 수 없다. 주변에 보면 학부모가 주도해서 자녀에게 시켜놓고 오히려 본인이 상처받는 사례를 너무 많이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아이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으면 초등학교 2학년 전에 실시해라. 그 이후로는 부모 손에서 벗어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마음이 움직이게끔 설득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만약 자녀를 키우면서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림책 <브루키와 작은 양>은 중심을 잘 잡아주는 책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백화현 작가는 책 읽기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단순히 읽는 정도는 흘려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토론과 쓰기가 뒷받침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은 질문을 하면 신경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고차원적인 융합 사고가 가능한 뇌로 바뀐다. 물론 타고 나는 특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든 뇌를 잘 만들어주는 역할은 부모의 역할"이라고 짚었다.

백화현 작가는 자신의 첫째 아이 사례를 들었다. 첫째 아이는 상상력은 높지만 둘째 만큼 기민한 편은 아니었는데, "다른 친구들과 비교 당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가슴이 아팠다"고 솔직히 말했다.

백화현 작가는 "첫째 아이에게 '너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어른도 많다'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책에서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4년간 매주 일요일마다 집에서 독서 모임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가 정답을 제대로 맞췄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부모는 늘 초초하게 자녀를 대하기 마련이다. 헛바퀴를 돌아도 좋다. 자녀가 그 자체로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질문하는 습관과 조사하는 습관을 즐기면 언젠가는 변화가 일어난다. 내용이 엉터리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백화현 작가는 자녀와 함께 독서 모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자녀와 친구들이 나서서 책도 고르고 모임의 계획도 세워갔다고 설명했다. 방학 때면 책과 어울리는 장소로 여행도 떠났다. 대입을 코 앞에 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대하소설 <토지> 21권을 읽겠다고 선언했고, 여름방학 때 소설 배경이 되는 곳으로 여행도 떠났다.

물론 백화현 작가는 자신의 자녀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고, 대부분의 평범한 가정은 입시를 포기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다만, 독서 모임을 조금이라도 지속할 것을 당부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5일을 학원 보낸다면 2~3일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는 독서 모임으로 채우는 식이다.

백화현 작가는 독서와 토론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를 해외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그는 "독서 운동을 위해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을 방문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미국 드와이트 중고등학교, 챈틀리 고등학교 등 8개 학교를 방문했을 때다. 그 학교들 모두 정답을 맞추는 방식 대신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학교 운영을 바꿨다. 그 이유를 묻자 8개 학교 교장 모두가 신기하게도 하나 같이 '시대가 바뀌었다'라고 답했다"라면서 "8개 학교에서 모두 같은 대답을 들으니 너무 우울해졌다. 우리나라는 대입을 위해서는 시험을 잘 봐야 하고, 정답을 잘 맞추려면 예습-복습을 반복해야 한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면 아이들은 파김치가 돼 독서-토론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선진국은 독서 토론을 학교에서 진행한다. 정말 막막했다"라고 기억했다.

그는 "산업화시대 까지는 일부만 기획하고 나머지는 수행만 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개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저마다 기획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라며 "무엇보다 그저 외우기만 하고 시험 준비만 하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공부는 결국 허깨비처럼 흔들리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백화현 작가는 "다만, 내가 말하는 독서-토론은 스펙을 쌓는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 당연히 성적도 올라가고 집중력도 높아지지만, 머리가 복잡해지고 안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경우도 있다. 고민이 많아지는 아이들도 실제 있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어 "독서운동을 하면서 교사들도 만나고, 교육부도 찾아가고, 서울시장도 정치인들도 만났다. 모두 내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바꾸지 못했다. 교사들이 준비가 덜 돼있고, 입시 중심의 교육 제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입시를 포기할 순 없다면 조금씩이라도 꼭 독서 모임을 하길 바란다. 세상은 누가 바꿔주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는 만큼 세상은 바뀐다"고 당부했다.

백화현 작가의 강연 이후 제주에서 '해내리' 독서모임을 진행한 학부모 김민선 씨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그는 <제주의소리>에서 이전에 진행한 학부모 강좌 '나침반교실'에서 백화현 작가를 만나 용기 있게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부모 9명이 힘을 모아 시작한 독서모임은 중학교 입학까지 이어졌다. 코로나 여파로 제약도 있었지만 실제 아이들이 기획하고 실천하는 사례는 참가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한편, 책모임을 위한 방법과 유용한 책 등은 3일 강연을 통해 설명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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