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4/꽃의 마음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30 06:22 의견 0

‘꽃의 마음(花心)’으로 보는 세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서재에서 창문 밖의 반달 연못 위에 뜬 수련을 바라보다가 문득 활짝핀 꽃송이를 세어본다. 오늘 모처럼 흡족할 만큼 내린 비에 꽃도 나비도 건강해 보였다. 갓 모를 낸 논에선 백로의 자맥질이 바쁘다. 오늘 또 몇 마리의 올챙이 개구리들이 희생해야 저 녀석의 배가 채워질까? 자연의 섭리인 줄 알면서도 먹힘을 당하는 녀석들이 불쌍하고 잡아먹는 놈들이 밉다.

계룡산 아래 작업실을 들일 때 정원에 못을 파고 미꾸라지, 붕어, 우렁이를 넣었으나 백로, 왜가리, 심지어 물뱀 등의 등쌀에 수련과 우렁이만 남았다. 저들과 싸울 일은 아니다 싶어 결국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2017년 여름 세계예술유목(GNAP/Global Nomadic Art Project) 총감독으로 유럽 7개국을 여행하며 작업했다. 그중 자연경관과 기후 등이 특별히 기억나는 곳이 루마니아 북부의 트랜실바니아이다. 나라는 루마니아지만, 주민 대부분은 헝가리인들이며 역사적으로도 그들의 땅이었다. 무시무시한 흡혈귀 이야기로 유명한 드라큘라 성도 이곳에 있다.

조용한 마을에 낡은 성이 있고 그 뒤편 언덕에 넓은 초지가 텅 빈 듯 고요하다. 때마침 한줄기 거친 폭풍우가 지나간 후 구릉의 초지엔 백화가 만발하였다. 이름 모를 들풀들이 시련을 이겨내며 더 단단해진 듯 각자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한가?

우리도 저들처럼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취향과 처지대로 아름다움을 가꾸고 자랑하고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지 않은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다.

꽃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 2017, 트랜실바니아
반달 연못, 2023,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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