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 모든 학생과 선생님들이 가장 흥미진진 함성과 폭소를 터트렸던 유쾌하게 관람한 경기는 ‘골때녀’였다. 골 때리는 그녀들. 작년 체육대회에서 처음 시도해 본 여교사 축구 경기. 반쯤은 진짜 하고 싶어서, 반쯤은 분위기 맞춰주려고 참가했던 축구 경기가 작년부터 대흥행이었다. 1회성 이벤트로 열린 줄 알았던 그 ‘골 때리는 그녀들’이 정식으로 축구를 하자고 결의하여 ‘티벤저스’라는 여교직원 축구팀이 결성되었다. 여교사들, 교무실무원, 행정실장까지, 아무튼 운동 좋아하는 여성들로 멤버가 짜였고, 체육선생님 세 분이 흔쾌히 코치가 되어 주셨다. 매주 수요일 방과 후 1시간씩 경기를 한다. -수요일은 교과수업 4시간 후 학생들은 동아리 또는 자율시간, 선생님들은 다모임이나 전학공 등의 활동을 하는 날인데, 7교시로 모든 일과가 끝난다. 석식도 없고 야간자습도 없다. 물론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자유로이 남아서 하면 되고, 모임이 길어지는 샘들은 운동에 불참하기도 한다. 그래도 거의 거르지 않고 수요일 5시에서 6시, 한 시간 동안 축구를 하는데, 본인이나 코치샘들 말에 의하면 실력이 날로 성장한단다. 한 시간 내내 운동장을 뛰어다니니 운동량도 많다. 작년 멤버였던 분들 몇 전근을 갔는데, 수요일마다 그분들도 와서 함께 뛴다.

이렇게 축구팀을 만들게 된 중심에는 N샘이 있다. 수업이든 업무든 인간관계든 정말 진심으로 열성을 다하는 분이라, 건강이 나빠졌었다. 재작년에 1년 휴직을 하고 치료도 받고 쉬면서, 평생 꿈만 꾸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한 두 가지를 하게 됐단다. 그림과 야구. 화실에 다니며 여성사회인 야구단에 입단을 했다. 이제 막 50줄에 들어섰는데, 그 나이에 야구단 입단을 하는 사람으로는 처음이고, 팀에서도 1, 2순위 고령자라 한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참여하는데, 휴일의 야구 경기가 삶에서 제일 신나는 일이란다. 올해부터는 정식 경기에 출전하고 타지역 원정경기에 나가기도 하며 후보에서 벗어났다고 자랑한다.

이러한 분이니 축구에서도 당연 돋보인다. 호리호리한 체격이라 힘이 쎄진 않지만 기술이 뛰어나다는 체육샘의 평이다. 어제 경기에서도 N샘에게 골이 가면 학생들 함성소리가 제일 높아졌다. 여샘들로만 숫자가 부족하여 남샘이 두분씩 들어갔는데, 여샘들 골을 자꾸 막아서 심판을 보던 3학년 체육부장에게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이건 게임룰이 아니라고 항의하는 체육샘도 퇴장, 골키퍼를 하던 남자 교생샘 둘도 경기 종료 5분 전쯤에 퇴장당했다. ㅎㅎ 숫자가 조금 부족하지만 모두 여성으로 갖춰지니 공의 흐름이 빨라졌다. 옆에서 보던 학생들이 그런다. 남샘들 빠지니까 더 잘하는데요. 이게 훨씬 더 재밌어요. 양쪽에 모두 한 골씩 넣어서 1:1 무승부로 끝났다. 20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중석에서 많은 학생들이 일어나서 응원하고 교무실에 계시던 샘들도 모두 나와서 즐겁게 관전했다. 열렬맴버였던 화학샘 한 분은 두어달 전 경기하다가 다리를 다쳐 출전을 못하여 매우 안타까워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빅 이벤트였다. 올해 전입해 온 여샘 몇 분도 합류하여 안정적인 인원을 확보한 충렬고 여성축구팀은 쭉 이어질 전망이다.

축구나 야구는 남자들만의 운동이라고 인식되어 오다가, 요즘은 몇몇 극성인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여겨지다가, 이제 학교의 여성 교직원의 운동으로까지 생활에 스며들었다. 남성들에게 재미있는 운동은 여성에게도 재미있는 것이 당연하다. 남녀의 신체조건이 다르니 기량이 같을 순 없지만, 여성들끼리 얼마든지 재미있게,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다는 것, 기분 좋은 일이다. 남성들의 운동을 좋아한다고 그 분들이 남자 같은 것은 아니다. N샘도 딸 둘을 키우는 엄마이고, 다른 팀원들도 축구복만 벗으면 아주 아름다운 여성들이다. 양성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성별의 차이를 넘어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은 양쪽의 성 모두에게 자유와 기쁨을 준다. 나도 어릴 땐 여자애들 놀이를 잘 못해서 칼싸움 총싸움을 하면서 놀았다. 최초의 꿈이 여자장군이었던 내가 스스로 대장이 되었고 부하도 9명이나 되었었다. 물론 모두 여자애들이었다.

* 이 글을 어제 쓰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관람만 했던 내가 발을 다친 때문이다.^^;; 신나게 놀았지만 학생도 선생님도 아무도 부상을 입지 않아 더욱 만족스런 체육대회라 했더만. 정작 한 발짝 뛰지도 않았던 내가ᆢ 남세스럽다. 폐회식까지 잘 마쳤는데.현관 한 칸 계단을 헛디뎌 발이 완전히 접질렸다. 다행히 골절은 아니라지만 반깁스를 하고 집 안에서도 목발을 짚고. 츳. 축구나 할 걸 그랬다.

(부산 충렬고등학교 조향미 교장)

축구하는 여교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