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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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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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고 뻐꾸기 울음소리에 깬다. 논이 마르고 냇가가 마를 때는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들리지 않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비가 오고 물이 차자 이제는 시끄러울 정도다. 밤이 되고 칠흑 같은 어두움이 퍼지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하늘을 꽉 채운다.
투박한 멧비둘기 울음은 뻐꾸기 울음으로 대체되었다. 뻐꾸기 울음도 예쁜 소리는 아니지만 비둘기 울음 소리보다는 낫다. 뻐꾸기는 작년에도 탁란에 성공한 것 같다. 개체수가 적지 않다. 청아한 꾀꼬리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없는 건지 못 듣는 건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집 앞에 산딸나무를 심었더니 아침마다 박새들이 짝을 지어 날아든다.
새들이 마당에 종종거리고 걷듯 날아다니자 새를 잡으려는 듯이 강아지가 달려가지만 둔한 몸으로 가벼운 새의 몸놀림을 따라잡기는 어림없는 일이다. 강아지! 오랫동안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예감했던 일이 벌어졌다. 뒷집의 화목 영감 집의 강아지가 우리 강아지가 된 것이다.
비닐하우스에 눈도 못 뜨고 고물고물할 때부터 딸과 손녀가 한 마리 데려와 키우자고 한 것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한 마리를 키우면 방치하다시피 한 영감님 집 개 7마리를 다 떠맡게 될 위험성과 전에 15년 동안 함께 살았던 ‘하루’의 죽음 이후 다시는 동물 생명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하루는 밤에 개들이 슬프고 시끄럽게 울어 가보니 개들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짧게 매여 있다, 강아지가 한 마리 차에 치여 죽고, 개를 잘 돌보지 않는다는 마을의 비난이 일자 영감님이 한 조치다. 다음 날 가보니 강아지 한 마리만 남고 개들이 모두 없어졌다. 물어보니 좋은 곳에 보냈다고 하는데 좋은 곳이 어디냐고 하니 묵묵부답이다.
개들이 모두 떠나고 한 마리 남은 강아지는 그동안 우리집 툇마루를 불법점거하고 제 집으로 삼고 잠을 잤다. 홀쭉한 배를 보니 볼 때마다 먹을 것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강아지의 소속이 불분명해졌다.
남의 집 툇마루를 불법점거한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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