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3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23 12:05 | 최종 수정 2023.05.23 13:05 의견 0

3. 나무와 돌로 된 원

당시 나의 야투 창립전 참가를 이끌었던 그 선배는 대학 1학년 때 서울로 찾아가 만날 만큼 공주의 미술후배들에게 잘 알려진 분이었다. 그리고 나의 군 입대 전 여러 번 만나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창문을 통해 마주한 호박 덩굴과의 만남, 매일 같이 방으로 찾아오는 쥐(당시 그는 서군이라 칭함)와의 대화 등 일반적 정서와 거리감 있는 내용들을 흥미롭게 들려주었다. 비록 군 복무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범 생명현상에 대한 존중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은 나에게 생소한 분야의 미술활동에 동참할 충분한 동기유발이 되었다.
야투의 창립 한 달 전 수행된 이 퍼포먼스를 통해 23세의 나는 야투의 일원이 된 것이다. 당시의 감회를 “내 자신이 금강물의 일부가 된 듯 의식이 맑아지는 심리적 변화와 함께 스스로 순수해지는 느낌 속에 깊이 젖어들었다.(1994년 이응우 자연 속의 인간전 중)”라고 회고한 바 있다.
그 후 40년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군복을 입었던 때나 나이를 먹은 지금이나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은 항상 나를 깨우치는 스승이며 나를 지탱해주는 힘의 원천이다. 자연체험은 언제나 신선한 충격이다. 한 사람의 예술가로, 또는 미술선생으로 인생을 살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자연현장에서의 미술연구는 더 밀착된 관계로 나와 자연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예술적 성취보다 더 심각한 자연의 붕괴를 목도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하게 되었다.

나무와 돌로 된 원 1
나무와 돌로 된 원 2
나무와 돌로 된 원 3
나무와 돌로 된 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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