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수 시인의 <시 한 편, 숨 한 번>/시론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23 11:16 | 최종 수정 2023.05.26 09:29 의견 0

나보다 열 살 많은 사촌언니의 시론(詩論)

김청미

이건 당췌 뭔 말인지 모르거꼬

요건 설명이 장황혀서 뭣도 없는 것 같은디

아이고 참말로 차라리 일을 하고 말제

뭐덜라고 이런 것을 한다고

날밤 꼬박 셈서 쓰고 지우고 그라다보믄

생기는 것이 맞긴 헌거여

읽고 나서 가슴이 찡함서

무르블 탁 치게 하는 그거시

니가 보기에 있는 것 같냐?

시에 대해 세 가지 원칙을 요청한다. “나보다 열 살 많은 사촌언니의 시론(詩論)”입니다. 그 시론의 종지는 ‘삶의 광학’입니다.

제1원칙, 뭔 말인지 모르게(혹은 저만 알게) 쓰면 안 됩니다. 적어도 “나보다 열 살 많은” 언니의 삶으로 알아먹을 수 있게 써야 합니다. 이것은 지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의한 형상적 인식이 가능하냐 하는 문제입니다. “읽고 나서 가슴이 찡함서/ 무르블 탁 치게 하는 그거시”에 대한 형상적 인식이 가능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삶의 경우로 그려지지 않으면 우선 실격입니다.

제2원칙, 설명하듯 장황해서는 안 됩니다. 시는 다른 장르보다 짧고 압축적이다는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개는 설명이기 때문에 시가 장황해지는 것일 테지만, 이 말의 의미는 아마도 삶의 리듬과 경제에 맞지 않는 문학적 과잉에 대한 거부인 듯합니다. 일종의 예술성에 대한 요구입니다. 그것이 “읽고 나서 가슴이 찡함서/ 무르블 탁 치게” 삶을 뚫고 들어올 수 있어야 합니다.

제3원칙, 이런 두 가지 삶의 광학이란 원칙에서 “아이고 참말로 차라리 일을 하고 말제/ 뭐덜라고 이런 것을 한다고/ 날밤 꼬박 셈서 쓰고 지우고 그라다보믄/ 생기는 것이 맞긴 헌거여/ 읽고 나서 가슴이 찡함서/ 무르블 탁 치게 하는 그거시”이라는 사상성을 말합니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은 일상의 삶에서 일상을 깨뜨리고 넘어서는 생각입니다. 그것을 찾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점도 어렴풋하게 압니다. 하지만 그것을 시인의 과업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얼마나 간단하면서 엄격한 시론입니까.

아예 톡 까놓고 시를 쓴 사람에게 묻습니다. “니가 보기에 있는 것 같냐?”

시인은 늘 이 물음 앞에 자기를 마주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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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지식한 시론을 쓴 김청미 시인 때문에라도 저는 가능하면 이런 요구가 충족되는 시를 읽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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