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고교학점제 폐기되나?” 대학가는 설왕설래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20 09:46 | 최종 수정 2023.05.20 09:48 의견 0

서울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에서 하위 20%라는 평가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며 대학가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서울대가 하위 20%라는 평가 결과가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만이 아니다. 그동안 학종을 열심히 해왔던 거의 모든 상위권 대학들이 줄줄이 우수대학에서 보통이나 미흡으로 떨어진 것이다.

서울대는 그동안 ‘학종의 본산 서울대‘라는 수많은 언론 기사가 도배된 대학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학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평가결과가 교육부의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해석이 분분하다.

서울대는 사실 그동안 고교교육 정상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대학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일반고는 그야말로 대학입시에서 초토화됐을 것이다. 대학 입시만이 아니다. 책상에 앉아 졸고 있던 학생들을 깨웠던 것도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전형 때문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들 상위권 대학들이 학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서울대가 '미흡', 상위권 대학들이 '보통'으로 평가된 것은 우리 교육계에 매우 암울한 시그널이다. 안 그래도 정치, 경제, 사회 등의 거의 모든 선진국 지수에서 하락하는 마당에 그나마 교육에서 학종으로 사교육비를 줄여왔지만, 이제는 다시 수능 정시로 돌아서고, 안 그래도 여러 비용으로 신음하던 각 대학의 선발 비용의 일정부분을 도왔던 교육부가 이제는 그것마저 뺏어버려 학종 평가를 할 수 없도록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학생부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부 하나하나를 평가하기 위해 많은 인력들이 필요하고 비용이 들어간다. 평가에는 전임사정관이나 교수 위촉사정관들이 평가해왔다. 결국 학종을 잘하는 대학의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학종을 하지 말라는 얘기로 대학가가 반응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가는 그런 신호로 읽고 있어 학종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게다가 2025학년도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대입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것은 모두 상위권 대학들의 협조 내지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대학가는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키는 첫 조치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수대학으로 평가받은 대학들의 고교교육 기여사업에 대한 실질적 기여치는 결코 높지 않다. 교육계의 특성상 상위권 대학의 노력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에 우수라고 평가받은 대학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러하다.

교육부가 예산을 사전에 공고한 원칙대로 평가하고 지급되는지는 정부의 신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중간에 초기 발표한 원칙과는 다르게 평가방법을 달리하거나 평가한 결과에 따른 예산 배분안도 각 개별대학의 예산을 고무줄로 만들어 버린다면, 대학가는 원칙 이외 교육부의 다른 의도가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교육부도 나름 교육부의 방침이 있었다. 2023년 2월에 제시했던 평가에 따른 예산 배분 원칙은 ‘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20%), 보통(60%), 미흡(20%)으로 구분해 ‘미흡’ 대학의 사업비를 20% 내외 감액하여 ‘우수’ 대학에 지원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평가받는 대학은 우수대학이라면 20% 증액을 생각하게 되고 하위 20% 대학은 20% 감액을 생각하게 된다. '보통'으로 평가받은 대학은 당연히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된다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예산을 통보받은 대학들은 ‘뜨악’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 ‘우수대학’으로 평가받은 A대학은 20% 증액을 생각했지만, 오히려 감액됐으며, B대학은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아 증액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조금 올랐을 뿐이었다.

이외에도 ‘보통‘으로 평가받은 대학들의 경우에도 전년과 동일하게 지급된다는 처음의 원칙과는 달리 차등 지급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확인한 대학 모두가 그렇다. 예산이 무원칙하게 배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무원칙하게 지급됐음에도 교육부 주무부서인 인재선발제도과의 책임자는 개별대학 평가 결과는 말하지 않겠다며, ”작년 대비해서 예산을 정하는 게 아니고, 저희 2월에 나간 기본계획 보시면 대학별로 입학사정관들 규모라든가 고용안정성이라든가 여러 가지 요소를 보고 그 중에 하나가 평가결과를 반영하는 거라서, 뭐 일단 저희가 우수 그룹에는 20% 더 지급을 하고, 미흡 경우에는 20%를 더 삭감하는 게 맞구요. 대학마다 채용 규모나 이런 거에 따라서 결과는 조금씩 다릅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한다면 채용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에는 더 많은 예산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예산을 조금 받는다는 얘기로 들리지만, 확인한 대학들의 예산배분은 이와 달랐다.

추가로 질문을 더 던졌지만 돌아온 대답은 보도자료에 있는 대로 집행했다는 답뿐이었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보면 위에 제시한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20%의 예산을 삭감해 상위 20%에 지급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다. 즉 담당자의 답변은 적절한 답변이 되지 못한다. 예산을 배정받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이 이렇게 무원칙하게 지급돼서는 안 된다. 게다가 학종은 우리 교육계에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것이 없다면 다시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는 수능 정시로 선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뜩이나 수능 정시를 상위권 대학에 한해 40%라고 함으로써 일반고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이번 평가결과에 따른 예산 배분안은 교육부는 무원칙하게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고무줄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이 어떤 다른 이유로 미운털이 박혔다고 해서 임의로 삭감해서도 안 된다. 교육부 예산은 정당하고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

또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라는 대의명분에 충실해야 한다. 1000명을 뽑는 지방의 이름없는 대학의 선발과 3400명을 선발하며 고교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서울대의 선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도 서울대를 미흡으로 두고 예산을 삭감한다면 학종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고교학점제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대학들이 혼란을 겪는 이유 역시 평가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교육부의 다른 의도, 즉 학종을 무너뜨리거나 고교학점제를 폐기하려는 수순이 아닌가하는 의심이다.

학종 폐기냐, 고교학점제 폐기가 아니라면, 학종을 잘하거나 고교교육에 기여를 많이 하는 대학에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맞다. 예산을 고무줄처럼 만들어 들쑥날쑥으로 만든다면 대학을 말 잘듣는 길들이기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경우이건 교육부는 예산 취지에 맞게 '고교기여대학 지원사업'이라는 대원칙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정석진 기자)
*에듀진 기사 URL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226
출처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http://www.eduj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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