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이야기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15 21:08 의견 0

스승의 날 이야기

1.

지수중학교에서 맞이하는(그것도 교장으로서) 마지막 스승의 날이다. 3년 동안 선생님들께 꽃을 드렸다. 오늘 아침에도 꽃을 사서 한 송이씩 드렸다. 꽃을 드리는 내가 미안할 만큼 많이 좋아하신다. 고마운 일이다.

1교시를 마치고 나니 멀리 있는 제자가 꽃을 보냈다. 그런데 어찌 알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 숫자만큼 작은 꽃다발을 보냈다. 눈물이 날 만큼 고마운 제자다. 하지만 여전히 아픔이 많은 제자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학교운영위원회 회장단에서 떡과 음료수를 가지고 오셨다. 김영란 법에 저촉되지 않을 범위만큼 해 오셨다.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내가 떠난 뒤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빌어 본다. 아이들은 담임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듯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스승의 날 오전이 갔다.

2.

생각해 본다. 정말 이 날이 이런 형식으로 이렇게 오래 유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그리고 유추해 본다. 이 날을 이런 틀로 한사코 유지시키려는 세력(?)들에 대하여.

대한민국에 교사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이 날을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아이들이 교사들 가슴에 달아주던 생화 카네이션이 법률에 저촉되는 현실이라는 것도 대부분 알고 있다. 이 날은 공휴일도 아니고 휴업 일도 아니며 모든 것이 정상인 날인데 이름만 ‘스승의 날’이다. 교사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어정쩡한 날이 오늘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별 불만이 없다. 아이들이 칠판에 써 놓은 글자 몇 자와 작은 선물과 종이꽃과 푼돈으로 사 모은 케이크 한쪽에도 마음이 다 녹아내려 눈물이 글썽거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바로 선생님들이다. 그런 선생님들이 우리의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왜 세상은 갈수록 험해지기만 할까?

3.

교육은, 학교는, 교사는 서비스업이 아니다. 교육은, 학교는, 교사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가르침의 대상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사는 것처럼 마음을 먹어서는 가르침을 받을 수 없다. 가르침은 엄격해야 하고, 가르침은 분명해야 하며, 가르침은 때로 단호해야만 한다.

시장에서는 마음에 맞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그래도 최소한의 거래 예의는 있다.) 가르침이 있는 학교는, 쉽게 그리고 마음대로 규칙을 어길 수 없는 곳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가르침은,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기초로 설계되고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비스는 하고 싶은 일을 더 세련되게 해 주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만 학교는, 가르침은 받고 싶지 않은 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가에 있기 때문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교육은, 학교는, 교사는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애써 무언가를 받아들이게 하는, 서비스의 반대 상황에 있는 제도이고 사람들이다.

4.

깊이 생각해 보자! 누군가를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대부분 하고 싶지 않은 어려운 공부를 하게 하고, 규칙을 지키게 하고, 예의를 배워야 하는 일에 직 간접으로 관련되어 있는 교육과 학교와 교사의 일을!

그 일에 오늘도 이 땅에 40만이 넘는 교사들이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묵묵히 이 일을 수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말 교사들은 불만이 없는 사람들인가? 하기야 우리는 집단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부조리와 당연함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렇게 하루가 저물고 나면 다시 2024년 스승의 날이 되어야 이러한 논의가 가능해진다. 나 참!

지수중학교 교장 김준식

선생님!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 중앙교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