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교 밀주초의 담임선생님들에게는 업무과제카드를 주지 않습니다. 교실수업과 아이들의 기초학력과 기본생활에 충실하자는 의미입니다. 단언하건데...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은 밀주초에서 단 한 분도 계시지 않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충실히 수업에 임하고 있고 행복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보다 몇 배로 더 열심히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계십니다.
행복학교 밀주초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2년전만 해도 우리가 다 아는 취약계층의 학생들이 60%를 훌쩍 넘기는 학교였습니다. 지금은 학교가 입소문을 타고 전학을 많이 와서 6학급에서 11학급이 되어 그 비율이 줄었지만 여전히 40% 정도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걸 어떻게 다 파악하고 있느냐...저는 전교생의 이름과 학부모들의 얼굴을 매칭해서 대부분 외우고 있습니다. 가정환경을 다 파악하고 있고 시시콜콜한 가정사까지 늘 메모하면서 챙기고 있습니다.
밀주초는 행복학교가 된 이후에 평범한 가정에서도 전학을 많이 왔지만 아픈 사연을 가지고 치유의 목적을 간직한 학생과 가족들도 전학을 많이 왔습니다. 그 아픈 아이들이 단 한명도 이전학교로 돌아가려 하지 않고 밀주초에서 행복하게 잘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2년전에 전학온 어떤 엄마는 '이전 학교 선생님은 아이에게 병원검사를 하고 약을 먹여서 치료하라고까지 했다. 밀주초는 하루하루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 약이고 치료인 것 같다.' 며 저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해 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고 있으며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에게 행복과 안정을 주기위해 헌신하고 계십니다. 그 헌신에 학부모님들이 또한 헌신적으로 보답하고 계십니다. 학부모들이 밀주초에 헌신적으로 활동하며 학교를 지원하는 것을 보면 밀주초의 선생님들이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모두가 이해하셨을 겁니다. 밀주초 교육력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합니다.
작년에 저의 30년 교직생애 가장 역대급의 아픔을 간직한 아이가 밀주초로 전학을 왔습니다. 아이의 아픔이 너무나 컸기에 담임선생님에게 사연을 말해 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제 말을 듣자말자 아이의 손을 잡고 꿇어앉아서 아이의 눈을 쳐다봅니다. 그러고는 아이의 새담임선생님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교감선생님, 아이가 제 눈을 마주보네요. 그러면 괜찮습니다. 치료가 아닌 교육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올해 밀주초에서 가장 나이 많은 육십줄을 바라보는 선생님이 자진해서 담임을 맡고 계신 학교가 바로 밀주초입니다. 밀주초에는 이런 따뜻한 선생님들이 대부분입니다.
열 한분의 담임선생님중 여섯분의 선생님이 오십을 넘겼거나 육십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이십니다. 오십줄의 나이에도 연구부장을 맡고 생활부장을 맡은 선생님이 계신 학교가 또한 밀주초입니다.
3월에도 4월에도 이전학교에서 작은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전학을 옵니다. 많은 이들이 밀주초에 전학가는 것을 권했겠지요. 밀양이 좁은 곳이라 소문을 달고 꼬리표를 달고 오는 사연을 담임선생님들은 다 아십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항상 똑같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밀주초에 잘 왔어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친구와 가족에게서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에게 엄격함으로 교육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괜찮아'와 '고마워' 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행동은 '기다림'과 '또 기다림'입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상처를 회복하고 마음의 문을 열때까지...그렇게 기다려주는 선생님들이 밀주초에 근무하고 계십니다.
행복학교 밀주초는 '행복'만 강조하는 학교가 아닙니다.
(밀주초등학교 박순걸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