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열전 2

-한기호전

한기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다. 연구소라는데 무얼 연구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매일 글을 쓴다. 내용은 출판업계의 현황과 출판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정부 출판정책의 한심함과 한때 출판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사람들의 현재 사정이 줄을 잇는다.

아침에 눈을 뜨고 페북을 열면 그의 글이 뜬다. 나는 그의 글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달에 한동안 글이 안 올라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전화로 확인했다. 일종의 슬럼프인지 아니면 충전의 시기인 것 같아 안심했다.

개인적으로 그는 나의 대학 동기다. 문학회도 함께 했다. 우리 문학회에 3호가 있었는데, 대학학보사 편집장이었던 한기호는 광란의 80년 제적되었다. 이인호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실연으로 79년에 군대에 갔던 전종호는 광란의 세월을 피해 만기 전역해 복학했다.

한기호는 복학하지 않고 안면도 누동학원에서 야학 선생으로 있다가 어찌어찌하여 창비에서 책을 팔러 다녔고 나중에 창비 영업국장으로 있다가 나와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차리고 책을 만들고 팔고 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출판업계 비주류로서 출판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망하려면 잡지를 하라는 한국출판계의 잠언을 어기고 그는 지금도 월간 학교도서관저널과 격주간 기획회의를 펴내고 있다. 아직 안 망했다. 똘기가 없으면 못하는 일을 그는 아직 열심히 하고 있다. 친구로서 걱정은 많이 되지만 박수를 쳐줄 일이다.

나는 그가 당시 창비 영업국장으로 오늘의 창비를 만든 사람이라고 감히 믿는다. 소설 <동의보감>을 만들어 팔았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영원한 베스트 & 스테디 셀러로 올려놓음으로써 창비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책을 몇 권 내고 보니 출판이라는 게 탁월한 저자의 능력에 편집자와 마케터의 숨은 노력이 없이는 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작가 김민섭을 발굴하여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렸고, 김민섭을 통해 초미니 소설 <회색 인간>의 작가 김동식을 찾아내 베스트 셀러의 작가로 만들었다. 또한 <한기호 출판학교>를 열어 기성의 출판업자와 독립출판사 사업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오늘 아침 한기호가 쓴 글이다.

“한 연구공동체를 오래도록 잘 이끌고 있는 후배가 있다. 그는 지극정성으로 강사를 모시곤 했다. 강사와의 대화를 통해 강연 아이템을 찾아내서 독려하곤 했다. 강사들을 출판사에 소개해 책을 내주는 것은 기본이다. (… …) 후배는 그렇게 얻은 이익을 사정이 어려운 강사들에게 대가 없이 투자했다. 강사들에게 술과 밥을 자주 사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 후배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출판은 어떨까! 출판은 제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나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생산자는 저자(작가)이고, 책의 판매자는 서점이다. 제작도 외부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대표인 나도 책을 펴내고 독자에게 직접 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이다. 편집자의 능력에 따라 출판사의 운명이 바뀐다. 그러니 출판사 대표는 저자와 서점인과 편집자를 잘 모시며 살아야 한다. 이익을 잘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와 편집자가 성장해 나갈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도 실수가 없지 않았지만 나는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열심히 살고 있다. (… …) 나는 편집자들에게 결정권을 주었다. 편집자들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릇을 깨본 사람이 그릇의 소중함을 아는 법이니 실수를 한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하는 법이다. 나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 싶으면 아무 간섭을 하지 않는다. 간섭을 하다가는 내가 쫓겨날 것이다. 나는 자식들도 그렇게 키웠다. 이 나라는 어떤가! 대통령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혼자서 59분을 떠든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무식한 대통령은 사고만 친다. 실수를 덮으려다 보니 거짓말이 점점 늘어난다. 그리고 늘 남 탓만 한다. 무역 적자가 심한데다 경제가 엉망이라 세금이 걷히지 않는다고 했다. 5월 말까지 내야 하는 종합소득세는 작년의 실적으로 내는 것이다. 그러니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경제의 수장이라는 자는 내년 총선에만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지 않고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 든다. 그가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하는 바람에 불과 1년 만에 나라는 거덜 났다. 이런 나라에서 자영업자이자 서비스업 종사자인 나는 내년에도 잘 버틸 수 있을까! 궁즉통이라고 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다. 늘 바닥을 치다가 다시 일어서곤 했다. 이번에도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 9호(2023년 봄)에서 이석재 편집위원은 ‘편집실에서’라는 글에서 “이로써 2년을 살아남은 셈이다. 축복 속에 탄생했지만 2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이 예측이 서운하지 않았다. 우리가 출판 현실을 모르지 않았고 ‘서평지’라는 장르 자체가 위태롭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며 출발했다.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는 의지로 달려들기보다는 살아남는지 지켜보겠다는, 조금은 차가운 태도로 바라본 <서울리뷰오브북스>이다”라고 했다. 장하다. 정말 축하드린다. 하지만 나는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25년째 펴내고 있다. 출판계 일각에서 내가 밉다고 빨리 망하라고 굿을 한 이후에도 3년 반을 잘 버텨냈다. <기획회의>는 지금 584호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회의>는 내년 초에 창간 25주년을 맞이한다. 나는 24년 3개월을 악착같이 살아냈다. 이번의 위기를 잘 넘기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본분을 더 잘 지켜야겠다.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잘 도와주고 있다.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은 14년째 펴내고 있다. <학교도서관저널>은 학교 현장의 호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순항하고 있다.”

(작성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