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주필의 교육단상 - 빗물교육의 필요성

치수는 치국
한국형 빗물교육 준비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06 09:22 | 최종 수정 2023.05.06 10:12 의견 0
5월 초 이틀 간 1,000mm 비가 내린 제주 앞바다

단 하루의 기습폭우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그것도 강남 공화국이 가라앉았다. 높이와 외관을 돈으로 환산하는 천박한 경제 관념에 대한 폭격이라는 시각, 위정자들의 무개념과 무능을 입에 올리는 정치적 비난, 기후변화, 도시 건설의 취약점과 빗물 배수의 문제점 등 입에 거품 물고 비판하는 이야기는 실로 다양하다. 1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기습폭우를 보면서 감정적인 비판에서 벗어나 빗물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폭우 피해를 통해 빗물을 다시 배워야 한다. 인류문명이 빗물을 이용한 농경문화에 기초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빗물을 너무 몰랐고 하찮게 무시하고 살았다.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4대강 사업조차도 강물의 직선화와 저장에만 신경 썼지, 강이 통과하는 주변 도시 내부의 빗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못했다.

댐이나 운하가 아니더라도 빗물을 잘 이용하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도 있다. 모아두면 돈이 된다. 물 사용이 많은 세차장이나 목장은 그 효과가 더 크다. 산골짜기에 물 모이를 해 두면 헬기로 저수지나 호수에서 물을 퍼 올리지 않아도 대형 산불을 더 수월하게 잡을 수도 있다. 강남의 대형 건물들과 대단지 아파트에 대형 저류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폭우에 거리로 급속히 물이 차오르거나 급류로 골목을 휩쓸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빗물은 우리에게 배수의 대상이었지 활용의 관점은 아니었다. 연평균 강수량이 700mm도 안 되는 독일에서는 빗물을 잘 활용하여 물 부족 현상에 대처하고 있는데 비해서, 1,100mm 정도인 우리는 빗물을 관리하지 못하고 낭비하여 물 부족 국가가 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규모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또 하나의 지점은 대형 저류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주택단지와 일반 가옥, 난립하는 소규모 공장들이다. 관계 당국은 이것들의 빗물 처리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는 ‘물 이용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빗물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가구와 마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따라 빗물 이용에 대한 정부, 지자체의 권장과 독려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수원시나 광주광역시 등의 거리 청소용 빗물 저장과 서울시의 빗물 저금통 지원 정책과 성과가 돋보인다. 아쉬운 것은 대개 공공기관 외에 민간기업의 실적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광역뿐만 아니라 기초 지자체도 시범사업 등을 통해 빨리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빗물 이용은 기후변화 대책의 명분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주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업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구온난화 교육이나 환경교육은 여전히 당위적이고 피상적이다. 기후 위기는 먼 나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발등의 불이요 인류의 생존교육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가 시인묵객이 노래하는 낭만의 대상을 넘어 활용의 대상이요, 자원의 순환과 경제적 기회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이번에 파주시 마을공동체의 ‘문턱 없는 사회실험실’ 공모사업을 통하여 빗물학교 교육과정을 디자인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국내외의 사례를 수집하여 한국형 빗물학교, 빗물교육을 잘 준비할 계획이다. 치수는 치국이요, 도시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 시정 당국과 학교와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중앙교육신문 주필 전종호

저수 할 수 없이 도로로 쏟아지는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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