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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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10:52 | 최종 수정 2022.11.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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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학은 어디서 비롯되었나
조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이것은 참으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여기 나의 ‘현재성modernity’의 토대로서의 정신적 근원을 묻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것은 또한 철학의 문제가 아닌가 과연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까 조선학은 비판과 성찰이라는 철학 고유의 사유를 통해 이루어졌다.
서양의 경우를 먼저 보자
서양에 있어서 근대의 여명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종래의 자연관에서는 종교적, 미신적 사고가 그들의 뇌리를 구속하였다. 즉 자연을 비롯한 모든 인간 존재의 삶은 신의 존재를 전제로 해서만이 증명 가능한 무엇이었다. 그러니까 중세의 봉건적 종교관에 따른 세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이고 토마스적 ‘보편적catholic’ 기독교관이 인간을 사로잡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사고의 바탕에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고중세적 자연관으로서의 천동설天動說이 하나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태양을 비롯한 뭇별들과 모든 인간 존재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고, 이 지구의 중심은 로마 바티칸의 세계이니, 모든 권력은 바로 신의 대리자인 교황으로부터 나온다는 인식이 지배적dominant이었다. 이것은 동양에 있어서 중국의 천자天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고 돈다는 중화주의적Sino-centric 사고와 크게 보아서 다르지 않은 것이고, 이 중화주의적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로 동양의 기독교인 유교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는 것과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중세적 사고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등 이른바 근대의 자연과학자들의 과학적 인식(‘지동설’) 아래에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였으며, 그러니까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며, 그러니까 교황도 아니며 지구는 다만 태양중심계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위성에 불과하다는 객관적 인식을 갖기 시작하자 지구를, 신을 중심으로 유지되어왔던 봉건적 이데올로기의 신념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먼서 중세의 지배적 사고는 근본적으로 뿌리뽑히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여기, 중세의 지배적 사고로서 신 중심의 세계를 유지시켜왔던 이데올로기는 바로 기독교 세계관이자 말씀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실재론적realistic 세계질서였다 그러나 동면을 깨고 나온 개구리처럼 중세의 이런 형이상학적이고 실재론적인 허위의 관념 세계를 깨고 나온 것은 유명론nominalism의 개구리들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코페르니쿠스를 비롯, 갈릴레이 등 자연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최초의 유명론자라는 둔스 스코투스를 비롯 윌리엄 오캄, 베이컨, 홉스 등 저 영국 유명론의 개구리들을 통해 근대 혁명의 선구자들을 만날 수 있거니와, 그리하여 근대 최초의 인식의 혁명은 자연과학에서 비롯된 유물론적 사고에서, 유물론의 최초의 형태라는 유명론에서 시작되었거니와, 여기 유명론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푸코(<말과 사물>)의 말대로, 언어 비판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 가령 베이컨(<신기관>)처럼 인간의 정신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편견, 즉 ‘우상idola’을 먼저 제거하는 일이고, 이는 결국 아리스토텔레스가 삼단논법을 통해 가장 일반적인 명제를 들이대고 이를 통해 현실을 증명해나가는 연역적 방법에 대한 귀납적 사고의 승리가 아니었던가.
대체 왜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충실한 제자가 되었는가 마찬가지로 왜 주자朱子는 또한 공자孔子의 충실한 제자가 되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 제왕의 왕사로서, 공자 또한 주제국周帝國의 승배자로서 기능했던 이데올로그였음을 모르지 않거니와, 그리하여 전대의 사상가와 이론가들의 논리가 허위에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었거니와, 그러니까 전체주의 논리처럼 지배적 사유에는 지배적 현실을 이념화시킨 거짓fakes이 삼투되어 있거니와,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의 인식론적 혁명으로서as a epistemological revolution, 비판과 성찰을 통해 일반적이고 추상적 사고로 인간을 얽어매고 있는 사유에 대한 재사유로서 허구적 개념(보편, 理)과 이 개념으로 허구적 공리를 들이대고 있는 연역적 논리체계들에 대한 합리적 불신에 의해 근대의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음을 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저 헛된 구심적인 보편-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원심적인 개별-독자적인 자기에 대한 고유한 인식을 지니고 살기 위해서는 먼저 허위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지닌 과학적이고 유명론적nominal 사고의 혁신에서 출발하지 않으먼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태리 로마, 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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