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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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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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다. 이제는 밥 산다는 말 대신 커피 산다는 말을 더 자주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는 일이 당연한 것은 이제 말할 필요조차 없는 필수적인 삶의 양식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게 아니라 커피를 자주 사는 사람이 인기가 많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우리의 인간성은 커피로 표현된다.
우리는 술, 담배 뿐만 아니라 카페인 중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카페인은 커피나 식물의 열매, 잎, 씨앗 등에 함유된 알칼로이드성 물질로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와 기관들을 자극하고 심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신장이 혈관들을 확장시키고 배출 기능을 빠르게 만든다. 수용성과 지용성의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어 혈뇌장벽을 통과해 쉽게 뇌로 전달돼 각성 효과를 가져온다. 커피와 녹차는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음료다. 카페인 성분이 커피 섭취량의 약 2.5~3배가 되는 수분을 배출시킨다.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하게 되고 과도한 수분 배출은 자칫 탈수현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나도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서 극심한 어지럼증을 겪은 경험이 있는데, 이것 또한 균형감각을 카페인이 건드렸다는 유추를 하고 있다. 이석증이라고 하는데 지구가 반대로 공전하는 느낌을 받는다. 내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어서 날아 가지 않도록 몸을 눌러달라는 부탁을 주변에 할 정도였다. 증세가 오기 여러날 전부터, 시음할 커피가 많아 몇십 잔을 맛본 뒤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카페인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인 것이 확실하다.
붉은 커피 열매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인 칼디(kaldi)는 어느 날 자신이 기르는 염소들이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았고, 그 이후 염소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며칠간 유심히 염소들을 관찰한 칼디는 염소들이 들판에 있는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나면 흥분을 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열매의 맛과 성분이 궁금해진 자신도 열매를 먹어보았고, 열매를 먹고 난 뒤 피로감이 사라지면서 신경이 곤두서는 듯한 황홀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곧장 인근의 이슬람 사원에 있는 사제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빨간 열매에 잠을 쫓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사제들에 의해 이후 여러 사원으로 퍼지게 되었다. 붉은 열매를 먹은 염소가 진정하지 못하고 날 뛰는 것처럼, 우리도 커피를 과도하게 먹으면 염소와 비슷한 현상이 올 수 있으니 적당히 먹어야 하는데, 그 적당량은 개인차에 따라 정도 차이가 많다. 10잔을 마셔도 나는 잠이랑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고 소주잔 같은 작은 잔으로 먹어도 밤을 지샜다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체질을 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악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유명 작가가 있다. 발자크라는(1799~1850) 프랑스 소설가인데 51세로 일찍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나중에 사인이 밝혀진 바, 바로 카페인 과다섭취로 인한 것이었다. 그는 분쇄한 원두를 끓여 먹는 터키식 커피를 하루에 30잔에서 50잔을 마셨다고 한다. 커피를 끓이면 더 많은 양의 카페인이 추출된다. 도박으로 인한 빚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랑하는 백작부인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다작을 해야 했기에 잠을 막는 커피를 쉴새없이 마셨던 것이다. 보통 사람보다 10배의 커피를 더 마셨으니, 그의 몸은 커피 때문에 서서히 생명의 빛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날이 추워졌다. 어느새 동지 팥죽을 먹으며 함께할 날이 다가온다. 나도 고마운 분들에게 커피를 내려드리며 수다를 떨고 싶다. 팬데믹에 한 해를 견디며 어떻게 여기까지 버텨 왔는지, 이만큼 오느라 수고한 우리 모두에게 고소한 호두맛과 건자두의 농후한 산미가 일품인 커피 한 잔을 공양하고 싶다. 오묘한 커피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할 것이다. 혹시 사람의 정신력은 바로 그가 마신 커피의 양에 비례하지 않을까?
(주이숙 커피아티스트)
와인보다 달콤한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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