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카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 '육지 속 바다'가 바로 티티카카다. 해발 고도 3,810m에 있는 티티카카는 페루와 볼리비아 두 나라에 걸쳐 있다. 호수의 수면 면적은 8,372㎢이며 호수 가운데에 있는 섬은 고대 잉카문명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호수에서 원주민들은 섬과 섬 사이를 토토로라는 갈대로 엮어 만든 배로 이동한다.

호수는 아름다운 하늘과 흰 구름을 품고 출렁거리며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사실 페루 쪽에 있는 호수로 가서 갈대로 만들어진 우루 섬에 올라 흙이 아닌 토토로의 푹신거리는 느낌이 어떤지 직접 밟아보고 싶었고, 잉카문명의 발상지라는 섬에도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곳은 볼리비아 쪽이라 많이 아쉬웠다.

호수는 태고의 고요함을 간직한 채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하늘과 땅, 전설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남미의 심장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티티카카에서 미스터리한 점은 이곳 원주민들의 문명이 나일강의 이집트 문명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거리로도 멀리 떨어져 있고 시기적으로도 차이가 나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문명이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몇 년 전 이집트에 갔을 때 갈대와 비슷한 파피루스가 종이의 원조라는 설명과 상형문자가 새겨진 파피루스를 사온 적이 있었는데.. 호숫가에서 토토로로 배 만드는 과정을 보고, 토토로로 만든 배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았다. 호수에 담긴 하늘은 푸르고 수면위에서 찬란하게 부서지는 윤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진에 담아 보았지만 윤슬의 느낌은 사진에 담기지 않았다. 호수를 돌고 나와 호수 위에 띄워진 식당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이곳이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토토로로 만든 배


티티카카에서 3시간 정도 달려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다. 숙소가 있는 도심으로 내려오려면 아침에 올라온 길을 다시 구불구불 내려가야 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5시쯤 되었다. 숙소에서 두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난 뒤 일어났다. 라파즈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룸에서 간단식으로 먹기가 아쉬워 몸과 마음을 달랠 겸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한국식당으로 찾아갔다. 된장찌개와 비빔밥, 만둣국, 그리고 김밥 등 한식 이름을 들으니 반가웠다. 종류별로 모두 시켜 식탁위에 쭉 늘어놓고 행복해하며 먹었다. 몸과 마음이 위로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일은 꿈에 그리던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가는 날이다. 새벽 5시 라운지에 모여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아서 소금호수가 되어 있을 우유니를 상상하니 벌써 가슴이 뜨거워진다.

라파즈의 시그니처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09년 [한국시인상] 수상,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 수혜. 시집 『종이 사막』,『지금은 뼈를 세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