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전시 후기, 또 다른 시작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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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07:42 | 최종 수정 2023.09.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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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력일간지 아벤트블라트(Abendblatt) 문화면에 소개된 야투독일전 1989. 10. 24일자. 한국 젊은 예술인들의 전시를 이례적으로 특필한 것은 동양적 사유에 의한 자연이 미술작품보다 아름답다는 야투의 자연미술관이 서구와 다른 문맥에 주목했다. 사진은 야투회원 유동조가 자신의 작품과 함께 있다.
전시는 한 마디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좋은 작업, 의미 있는 전시는 반드시 그에 걸맞는 반향이 있게 마련이다. 세계 미술계 변방의 나라, 그것도 서울을 거치지 않은 금강유역의 자생적 미술운동이 유럽의 유수 대학교 협찬으로 일부 회원의 현지 참여와 함께 1989년 해외 그룹전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일찍이 우리 미술사에 유래 없는 일로 사료된다.
당시 현지에 있었던 회원의 증언에 의하면 독일의 미술인들이 도시락을 지참하고 감상하였으며 지인들을 불러 전시를 같이 보도록 독려하는 등 열광적 반응을 보이자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교민들까지 어깨춤이 나서 매일 같이 한국음식을 들고 전시장을 찾아왔다고 했다. 교민의 다수가 파독 광부나 간호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민 초기의 삶이 녹녹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국의 젊은이들 전시에 현지인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흥이 났던 모양이다. 하루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족두리를 쓰고 전시장에서 부채춤을 추는 등 대환영을 받았다고 했다.
이응우, 바위 위 응시(A Look on the rock), 스코틀랜드 게어록(Gairlock Scotland), 2018
스코틀랜드 북부 하이랜드의 특별한 지형과 기후에서 예술 유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갔을 때 그곳의 유서 깊은 식물원에서 4~5일 작업을 했다. 해안을 따라 걷다 양의 두개골을 발견하여 현장에서 삿갓조개와 결합하여 작업을 하였다. 유난히 쾌청한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전시가 끝나갈 무렵 일군의 독일 예술인들로부터 작가 면담 요청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부탁하듯 제안한 것이 “금강에 가서 야투와 함께 작품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였다. 숙고 끝에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바로 “1991여름 금강에서의 국제 자연미술전 및 심포지움”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지방 소도시에서 예술인들의 힘으로 국제적 미술행사를 개최한 신기원이 되었으며, 오늘날 한국 자연미술운동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응우, 물고기 강으로 돌아오다(Fishes back to river), 이란 이스파한(Isfahan Iran), 2016
한 해가 저무는 12월 초 이란 북부 태브리즈에서 남부의 케심섬, 다시 중부의 여러 곳을 방문하며 테헤란까지 예술유목을 하며 종주했다. 이스파한은 페르시아의 옛수도로서 문화와 유적이 대단했다. 특히 모스크를 대표로하는 건축은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형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의 고갈문제였다. 3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강은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나의 이 작업은 설치와 퍼포먼스를 겸한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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