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귀촌/퍼머컬처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26 09:09 | 최종 수정 2023.05.26 09:28 의견 0

'예술로 농사짓고 농사로 평화 짓자!’

평화마을이 추구하는 가치의 핵심은 생태주의, 평화주의, 공동체주의이다. 이것들은 퍼머컬처를 통해서 연습하고 실험된다. 평화마을짓자가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뒤 파주 적성면 평화마을에 도입된 것이다.

농사를 잘 아는 사람 없이 삼 년째 농사를 짓다가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를 열어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농사법을 온종일 배웠다. ‘1+1=1’이라는 평화마을의 가치를 표현하는 밭 디자인을 하고, 가운데 동그란 동산에 갖가지 허브를 심으니 나비와 벌에 이어 새들이 날아와 노닐었다. 밭두둑을 30㎝ 이상 높이 올려 물을 거의 주지 않고, 고랑을 넓게 하되 풀이 나지 말라고 신문지-상자-폐펼침막-제초매트-발효 볏짚으로 다섯 겹 멀칭(덮기)을 했다. 천지은·동포은에 보은 하는 마음으로 화학비료와 제초제는 물론 비닐도 쓰지 않고, 커피 찌꺼기와 발효 볏짚을 덮어 다양한 작물과 꽃들이 어울려 자라게 했다.

자연이 자연을 제어하고 조화롭게 한다는 퍼머컬처(Permaculture)의 철학과 농법을 소란(유희정) 퍼머컬처 디자이너에게 배우며 다들 새롭고 놀라운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흙 속의 탄소가 나오지 말라고 경운기를 쓰지 않고 호미와 낫과 삽으로 일했다.

평화마을 짓자 밭


머리를 많이 쓰는 도시 생활을 벗어나 허리가 아프도록 삽질을 하고 낫질을 하면서 행복해했다. 991.73㎡(300평) 밭을 스무 명이 삽으로 두둑을 만드는 데 두 시간, 한반도 모양으로 330.57㎡ 가량 연못을 만드는 데 세 시간도 안 걸렸다. 흙을 만지며 일을 하노라면 무념무상 무아의 경지에 저절로 들어간다. 농사는 최고의 예술이고 수행이다.

여섯 겹 비닐하우스에 학교에서 내버리는 책걸상 서른 개를 얻어다가 교육동으로 꾸미고 문 닫는 음식점의 주방 세트를 통째로 사다 놓으니 식당도 제법 근사해졌다. 하천 부지라서 물에 잠기는 밭 가장자리를 ㄷ자로 깊게 물길을 내어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게 했다. 2주에 한 번씩 정기 밭일을 하지만 일은 차고 넘쳐, 시간 되는대로 회원들이 와서 일하고 꽃과 작물 사이를 누비며 향기를 맡고 열매도 따곤 했다. 백 명 넘는 회원 가운데 파주와 서울 회원이 절반씩 되고 농부, 예술가, 교원, 출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어린이가 신나게 뛰어놀고 청소년의 방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마을, 청년이 중심이 되어 구슬땀을 흘리는 마을, 쓰레기가 오히려 자원이 되는 마을, 농사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먹여 살리는 마을, 예술가가 마음껏 창작하고 그것을 즐기는 마을, 노인들의 지혜가 곳곳에 스며있는 마을, 마을 사람들과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마을. 그리하여 평화마을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어디를 가든 평화마을일 때 마침내 한반도는 평화로운 땅이 되리라는 간절한 꿈! 함께 꾸는 꿈이기에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평화마을을 짓는다. 지금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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