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아무 꽃이나 보러 가자]는 이서영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뭉클」, 「세량지(細良池)」, 「안녕 안녕 아무 꽃이나 보러 가자」 등 57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서영 시인은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으며, 202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안녕 안녕 아무 꽃이나 보러 가자]를 썼다.
이서영 시인의 첫 시집 [안녕 안녕 아무 꽃이나 보러 가자]는 삶의 떨림과 울림이 균형을 이룬 탁월한 실존적 고백록으로 다가온다. 가시적인 것을 통해 비가시적인 것까지 전유해 가는 시인의 시선이 참으로 미덥게 읽힌다. 그 세계는 대상을 향한 기억과 사랑 그리고 현재형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시인의 내면적 파문을 신뢰하게끔 해 준다. 이때 사라져 버린 순간은 강렬한 향기를 품으면서 시인의 목소리로 하여금 단성(單聲)이 아니라 다성(多聲)의 음향을 가지게끔 해 준다. 그러한 복합성이 말하자면 이서영 시의 둘도 없는 재부(財富)인 셈이다. 결국 이서영은 ‘시’야말로 지난날을 응시하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시간예술임을 증언하면서 풍요로운 기억을 일관되게 고백하고 다짐하고 선언하는 공력을 보여 주었다. 신산한 세월을 살아온 치열한 시정신까지 담아내면서 오랫동안 축적해 온 시인으로서의 성장기를 낱낱이 보여 준 것이다. (이상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희로애락애오욕. 부처님께서는 단호하고 결연하셨고, 우리는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차질(蹉跌), 차질을 빚는다 빚어낸다. 갈팡질팡하다가 쩔쩔매다가 넋이 나가 있다가 문득 소스라치고 한참을 쳐다보고 쓰다듬고 쓰다듬다가 아등바등 속이 타다가 누군가 떠나가고 모퉁이를 돌아가고 말없이 웃고 고개를 갸웃갸웃 끄덕끄덕 꿈을 꾸고 꿈속에서도 걷고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혼자 중얼거리고 가만가만 불러 보는데, 딴생각을 하고 발을 헛디디는 동안 세상에는 봄이 오고 꽃이 피고 덜컥 피어나고 사금파리가 반짝이고, 샤락샤락 귓가에 뭉클뭉클 입안에 머물다가 사라지고, 돌아가신 아버지 논에 물을 보고 왔다고 잠시 잠깐 다녀가시고, 조금 전 꾸던 꿈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는 없고, 음주 단속 무임승차 명동성당 주황 신호 길거리에서 길바닥에서 우리는 아무 꽃들 사이에서 아무 꽃이 되어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잘못 부르면서 차질을 빚는다 빚어낸다. (박순원 시인의 추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