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2)/ 성하신

-대학 입시제도,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2.11.04 10:20 의견 0

요즘 인문계고등학교 교사들은 작년에 비해 수업하기 더 힘이 든다. 학교마다 특수성이 있겠지만 서울 인문계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작년보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학원 공부에 더 치중하면서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졸거나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무척 많아졌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 수능위주의 정시 모집을 강화된 탓이 크다. 과거에는 수시모집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은 20%를 맴돌았었는데, 2022학년도 입시에서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은 36.5%로 늘어났고 2023학년도 입시에서 서울·수도권의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은 40%를 상회한다. 서울이나 수도권 괜찮은 대학에 가려면 정시모집을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비율이다. 그런데 대학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줄고 수능 위주의 입시를 강화한다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고 학원으로 몰려가는 것은 자명한 귀결일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시행은 조국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사태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입시 부정사건 이후 학생부 전형에 대한 형평성 시비가 일면서 정시 수능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의 시행이 공교육의 황폐화 내지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 조짐이 인문계고등학교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본래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과 수요자 중심 교육의 기치 아래 2028년 고교학점제를 하기로 하면서 문·이과 경계를 없애기 위한 일환으로 2022년 대입부터 국어와 수학, 탐구 과목 모두 모든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응시할 수 있는 통합 수능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통합 수능은 전제조건으로 수능을 자격고사로 만들고 수시는 절대평가 체제로 가며 수능을 반영하지 않는 수시 학종 전형을 대세로 하는 프레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입시 부정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내신 위주의 수시모집에 불공정 시비가 일었고, 거꾸로 정시 수능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능 위주의 입시는 적성에 맞아 학생들이 잘할 수 있는 과목을 공부하고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2015 교육과정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공교육을 황폐화하고 사교육비를 조장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 입시 제도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수능의 비중을 높이면 학생들이 학원가로 몰려가면서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며 공교육은 붕괴할 가능성이 크고 창의성은 사장될 것이다. 반면 학생부 전형을 확대하면 조국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사태와 숙명여고 자녀 입시 부정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합전형을 준비할 여력이 있는 상류층 학부모들의 입김이 생기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부모의 능력이 곧 자녀의 능력으로 치환되는 부작용과 형평성 시비가 벌어질 것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정실의 문화가 지배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학종의 추천서 따위와 생기부의 스펙에 공정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능을 자격고시로 만들어 사교육 입시 과열을 어느 정도 막고, 생기부 중심의 전형을 실시하되, 형평성 시비가 발생하는 비교과 전형을 반영하지 않는 대신 창의성 제고 차원에서 필수 이수할 비교과 영역을 정하여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내신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교과전형을 실시하되 일선 학교의 내신 교과 성적 비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활용하여 조그만 비리라도 발생하면 즉각 파면하고 일선 학교의 감사를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막론하고 1년에 1회씩 정례화한다면 입시 비리도 막고 사교육 시장도 과열되지 않으며 창의성도 살리고 형평성 시비도 차단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현행 문·이과 통합 수능 제도도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통합 수능의 전제조건이 사라진 이상, 지금의 수능 체제를 바꿔 문·이과를 분리하여 성적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형평에도 맞다. 지금의 상위권 대학 이과 독식 제도를 존속시키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학교에서는 현재 문·이과가 없지만 수능에서는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 따라 사실상 문·이과가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상위권 문과 학생들은 서울 주요 대학 원하는 문과 대학에 합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고, 입시 낭인을 초래할 뿐 아니라, 문과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적성에도 맞지 않고 잘하지도 않는 미적분을 공부한다는 것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므로 문·이과 성적 산출의 분리가 필요해 보인다.

만일 현행 수능제도를 존속시키려면 형평에 맞게 점수 산출 방식을 재조정해야 한다. 기존 수능에서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문·이과 공통 수학 과목의 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가중치를 두어 그 학생이 선택한 선택 과목의 점수에 플러스의 조정 점수를 부여할 때 ‘확통’을 선택한 문과 학생 중 최상위 학생들에게는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만큼 1등급의 비율을 보장하고, 최상위 표준점수를 보장해야 한다. 그것은 수능점수 산출의 동일한 원칙 적용에 위배되지 않는다. 문과 최상위권 학생에게 불공평이 통계로 입증된 이상 이를 보정하는 절차일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산술적 평등을 뛰어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 비례적 평등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마당에 문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시정하는 정도의 조정 점수 반영은 형평에도 맞다.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대학 입시 정책은 나올 수 없지만 사교육비의 폐혜를 줄이고 공교육과 창의성을 살리며 수험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형평에도 부합하는 교집합의 대학 입시 정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성하신 서울 광남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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