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1)/ 성하신

ㅡ자살을 생각하는 제자에게 주는 조언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2.11.04 09:13 | 최종 수정 2022.11.04 10:30 의견 0

자살 시도는 더 이상 나의 미래가 암흑이고 무가치하며 아무 희망이 안 보인다는 생각에서 결행한다. 그러나 정말 암흑이고 아무 희망이 없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왕도가 없다. 자살을 결행할 정도로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진 채 죽지 않고 살아서 다른 일을 실행한다면 그때의 소득은 소극적일지라도 최소한 자살보다는 생산적인 일이 될 것이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털어놓자. 공감하다 보면 의외의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궁지에 몰려 있다면 친구나 부모 형제와도 소원한 관계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지금 도저히 참기 힘들 정도로 마음에 위험한 생각이 넘나든다면 정신과 의사나 상담센터 카운셀러의 도움을 받아 친구 관계나 부모 가족의 문제 해결을 모색하자. 어쩌면 부모 형제나 친구 관계를 절연하고 혁파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도 있다. 그 어떤 방법이더라도 자살보다는 낫다. 일단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면 비밀이 보장되는 상담을 친절하게 받을 수 있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가치가 있다. 친구가 없어 외톨이란 생각이 들더라도 환경이 바뀌거나 내 생각이 바뀌면 친구는 생기게 마련이니 위축될 필요 없다.

또한 반드시 명문대를 나와야 가치 있고 명문대가 아니면 인생 낙오라는 생각도 짧은 생각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학력주의 사회는 많이 희석되고 있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며 고졸자의 성공 신화도 많다. 학력주의 대신 자격증이 중시되고, 창의성과 아이디어, 사람과의 공감이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인생이 80~100세를 사는 데 지금 시점에 얽매여 재단하면서 성적이 낮아 암흑이라 생각하고 자살을 결행한다면 얼마나 시야가 좁은 판단이겠는가. 더구나 IQ는 나의 수많은 능력 중 한 요소일 뿐이며 성적은 수많은 능력 중 하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등한시하고 나의 꿈을 쉽게 포기하란 말은 아니다. 젊음은 무언가 꿈을 향해 청춘을 불살라야 할 시기이다. 최선을 다하고도 안 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정도로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사물과 세상을 크게 보고 내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남들과 소통하며 세계관을 넓게 보자. 한국이 좁거나 힘들다면 다른 나라에서 꿈을 펼칠 수도 있다. 또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 수도 있다. 가난한 나라 부탄은 1인당 GDP가 3,000달러로 최빈국이지만 행복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똑바로 정면을 주시하며 바라본 한강과 아차산의 모습과 고개를 숙이고 엉덩이 너머로 바라본 한강과 아차산의 모습은 전혀 다르게 보이듯이 인생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처럼 인생의 길은 왕도가 없으며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이 달라진다. 하얀 도화지 같은 인생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자살을 선택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할 일이 많다. 내가 아직 모르는 호기심 천국이다. 자아에 집착하지 말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자.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자. 아모르파티(Amor fati).

(성하신 서울 광남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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