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니항/ 조유리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2.11.03 11:36 의견 0

오래 그리웠던 마음이 쌓이면
멀리 두고 와
흐릿하게 놓아버린 해안에 가닿는다

바다 한가운데
아흔아홉 파도를 몰아와
괭이갈매기 붉은발농게들이
옛사람 얼굴을 하고

어느 날 우리가 서쪽으로 기우는 감정에 이끌려
서로의 저물녘을 어루만지기도 했을

먼 생으로부터 그립다는 말이
도착하고 있는 여기

여럿이 함께 걷고 있어도
먼저 가 있는 사람이
나 같아서

서천에 이르러
한 호흡 숨을 버릴 때마다
온 생이 되살아나고 있는 갯벌

모래 산 너머 백사장은
어딘가로 천리만리
아득히 나를 다시 데려가고

안면도 드르니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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