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思惟 65 / 전종호

이정철 승인 2022.09.24 08:47 | 최종 수정 2022.09.24 09:06 의견 0

국화 옆에서 / 전종호

삶이란 결국 서 있느냐

누워 있느냐 하는 것 아니겠느냐

서서 죽느냐 고개 꺾고 사느냐

내 뜻대로 사느냐 남 뜻 따라 죽느냐

물속에 떠 있다 불구덩이에 눕는 것

그게 우리네 삶이거늘

그깟 소쩍새나 천둥이야 울든 말든

밤새 무서리야 내리든 말든

첫 뜻을 지키고 사는 것이

참삶이 아니겠느냐

곧 시들고 말 꽃이여 국화여, 그대여

가을 국화


<국화꽃>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미터 정도이며, 주로 가을에 꽃이 피는데 꽃 모양이나 빛깔은 여러 가지꽃의 크기에 따라 대국, 중국, 소국으로 나뉘고 관상용으로 재배

■전 세계에 20여 종이 분포하고 많은 품종이 개발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는 감국, 산국, 산구절초, 울릉국화 등 야생종10여 종 있음

■꽃말

흰색 국화 : ‘감사’, ‘진실’, ‘성실’

빨간색 국화 : ‘당신을 사랑합니다.’

노란색 국화 : ‘짝사랑’, ‘실망’

보라색 국화 :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분홍색 국화 : ‘정조’, ‘사랑’

국화꽃 일러스트


<국화꽃 이야기>

모란, 작약과 더불어 국화를 3가품(佳品)이라 한다. 구양수가 〈취옹정기(醉翁亭記)〉에서 말한 대로 ‘바람이 상쾌하고 서리가 깨끗한(風霜高潔)’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산자락 여기저기에는 들국화가 결곡한 자태로 피어나 찬바람이 불 때 피는 국화는 그 존재감이 남달랐다.

국화가 지고 긴 겨울의 여백을 지나면 매화가 찾아온다. 매화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면 국화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꽃으로

원나라 하중(何中)의 <국화(菊)>에서

국화는 유인과 같고 菊花如幽人

매화는 열사와 같다. 梅花如烈士

모두 빙설 속에서 피어나지만 同居冰雪中

품격은 서로 같지 않구나. 標格不相似

차가운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매화를 보고 열사(烈士)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서리 내리는 추운 계절에 저 홀로 피어 있는 국화의 자태에서 은인자중하는 은자의 풍도를 본 것이다.

<국화꽃의 전래>

국화가 언제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조선 세종 때 강희안(姜希顔)이 지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는 고려 충숙왕 때 중국의 천자가 보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음력 9월 9일, 곧 중양절에 국화주를 가지고 등고(登高)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도 9월 9일에 민간에서 국화주를 담가 먹는 풍습이 있었다. 고려가요 「동동(動動)」 9월령에 “9월 9일애 아으 약이라 먹논 황화(黃花)고지 안해 드니 새셔가만 ᄒᆞ얘라 아으동동다리”라고 하였으니, 중양절에 국화주를 담가 먹었고 그것을 약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또한 고려시대에 이미 우리나라에도 국화가 있었음도 알 수 있다.

전종호 임진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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