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과 수학 / 박진호

역사학은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된다. 수학의 역사, 수학사는 인문학일까? 수학일까?

이정철 승인 2022.07.25 09:42 | 최종 수정 2022.07.25 09:44 의견 0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을 수학자라 부른다면 수학자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수학자의 생각 속에 수학의 이론이 형성되어 갔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본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결과적 지식으로의 수학이 추상화, 형식화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는 칼쿨리(calculi) 점토 항아리가 전시되어 있다. 고대 로마인들에 의해 이름 붙혀진 칼쿨리 점토 항아리는 이란 슈사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고학자들은 고대 수메르 유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칼쿨리 점토 항아리와 동시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은 크기가 서로 다른 돌멩이들이다. 이 돌멩이는 항아리에 담을 수 있고 다시 꺼낼 수도 있다. 이 돌멩이들은 어떤 용도로 사용된 것일까?

고고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그 돌멩이는 양 한마리에 해당한다. 작은 돌이 일정한 갯수만큼 모아지면 작은 돌 다음 크기의 돌멩이 하나와 같아진다. 소위 기수 개념을 갖춘 자리식 체계가 자리매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돌멩이의 갯수를 숫자로 표기하게 되면 하나의 추상적, 형식적 수체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보이는 세계는 유한하다. 그리고 그 유한함을 언어로, 기호로 형식화하기 시작하면서 유한한 세계의 인식 체계가 틀을 형성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류는 유한한 세계, 즉 보여지는 세계 너머의 무한한 세계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 무한의 세계는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상상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해야 했다. 추상과 형식 그리고 기호는 모든 사람들의 인식 체계에 소위 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했다.

이 돌멩이의 갯수를 숫자로 표기하게 되면 하나의 추상적, 형식적 수체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수학은 무한을 다룬다.

무한의 영역은 수학에서 어떻게 다뤄질까?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일정한 거리만큼 내 앞에 있는 벽까지 가려고 한다고 하자.

그러려면 우선 벽까지 거리의 절반을 가야 한다. 그 다음에는 또 남은 거리의 절반을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절반의 절반을 계속해서 나아간다고 하면, 마침내 벽에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가 오는 날이 있을까? 그 답은 분명히 '없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인류가 무한과 극한에 대한 이 개념을 수학적으로 정립하는데 대략 2,000여년이 걸렸다.

이 과정을 경험하면서 인류는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은 체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신호등을 건널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과감한 상상과 도전은 무한과 함께 수학에서 다룬다. 뜻깊은 일이다.

(경기북과학고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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