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시선 100 「첫, 시」 출간

아흔아홉의 첫이 모여 이룬 백 번째 첫, 시

하무뭇 승인 2022.06.28 07:57 의견 0

↑적막한 첫, 도착하지 않는 첫, 젖어 가는 첫, 타오르는 첫, 웅크리고 울던 첫, 종종거리다 사라진 첫, 이름 잃은 첫, 사라지는 연습 중인 첫, 함께 다다른 첫, 어쩌면 끝내 도달할 수 없을 첫, 울지도 웃지도 않는 첫, 살아남은 첫, 며칠째 돌아눕는 첫, 꺼내다 만 선물 같은 첫, 하염없이 꽃잎만 보는 첫, 하늘하늘 분홍 첫, 제 속에 낙타를 키우는 첫, 투명한 듯 흔들리는 첫, 붉게 버무려진 첫, 불을 옮기는 첫, 이 나라 전역에 흩어져 달아나는 첫, 젖꼭지를 입에 문 첫,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한 첫, 두 번째 첫, 뒤틀리고 작아진 첫, 흰빛이 된 첫, 발그레지는 첫, 스스로 터져 버린 당신의 첫, 사라진 이들 속에서 함께하는 첫, 나를 비닐 속으로 집어넣는 첫, 한 덩이 종이 찰흙 같은 한 덩이 욕설 같은 첫, 진짜인 것 같았던 첫, 바스락거리며 자라나는 첫, 한없이 내리는 첫, 물렁물렁한 첫, 절뚝이며 건너가는 첫, 토마토 기러기 일요일 같은 첫, 달랑 혼자인 첫, 나를 낳고 있는 첫, 뼈 장난감 차파추안을 꺼내 노는 첫, 푹푹 썩어 가는 첫, 그늘에 밟힌 첫, 어쩐지 로맨틱한 마음이 드는 첫, 냉소적으로 웃는 첫, 윤곽이 사라지는 첫,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에 죽은 첫, 횡단하는 첫, 얌전히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첫, 노상에 나를 멈춰 세우는 첫, 부들부들 떨고 있을 첫, 나뭇잎처럼 우는 첫, 고 이쁜 이름을 담고 싶어서 첫,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첫, 해탈하는 첫, 거꾸로 매달려 동시에 떴다가 지는 첫, 늘 잘못 찾아오는 첫, 핏물이 번지는 첫, 발을 질질 끌며 늪으로 가고 있는 첫, 아직이거나 이미였던 첫, 눈구멍만 뚫린 첫, 눈을 찌르는 첫, 삼천대천의 별들이 중력장 왈츠를 추는 첫, 도무지 첫, 바닥을 뒤집어쓴 첫, 친화적으로 견뎌 내는 첫, 이상한 첫, 구름이 있는데도 빛나는 첫, 지도에서 지워진 첫, 내장 속에 들어 있는 반쯤 삭은 첫, 당신이라는 단 한 번의 첫, 어떤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 첫, 추락하는 첫, 꼼짝 않고 저 비를 다 견뎌 내는 첫, 그 여름 내내 붉었던 첫, 누명 같은 첫, 너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머니 아버지가 살고 있는 첫, 보기 좋게 사랑에 실패한 첫, 자폭하는 첫, 깊고 아득한 첫, 한자리에 모였다 흩어지는 첫, 번지고 있었지만 끌 수 없었던 첫, 극진한 첫, 미어지는 첫, 꽃과 꽃 사이 첫, 사십 년 후에도 첫, 입을 꽉 다문 첫, 자꾸 뾰족해지고 길어지고 갈라지는 첫,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첫, 계속되는 발화 속에서 흔들리며 돌아가는 첫, 꾸역꾸역 쌓이는 첫, 봄은 아직 천지에 가득한데 첫, 생각하지 말아야 할 첫, 우리를 내내 끌고 다니는 첫,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는 첫, 질긴 첫, 무너지는 첫, 다정히 손짓하는 첫, 오늘 고요가 갓 발굴해 낸 첫, 제 몸 헐어 쏘아 올린 첫, 아흔아홉의 첫이 모여 이룬 백 번째 첫, 시

백 번째 첫,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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