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받는 로펌이 등장해 화제

로펌 보수금, 비트코인으로 받는다?
법무법인 <선백>, 암호화폐로 한화 880만원 계약

하무뭇 승인 2022.05.24 06:11 의견 0

'갑은 을에게 위임계약의 성립과 동시에 착수보수금 8,8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한다. 단, 갑은 위 착수보수를 현금 대신 약정 체결일 기준 매도가격으로 환산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으로 지급할 수 있으며, 약정 체결 이후의 시세 변동에 따른 이익 또는 손실은 을이 부담하기로 한다.'

암호화폐와 NFT 관련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를 보수로 받는 로펌이 등장해 화제다. 가상자산 관련 기업 등이 로펌의 주요 고객층으로 새로 유입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법무법인 선백(대표변호사 하용득)은 지난 9일 암호화폐로 한화 880만원 상당의 보수금을 받았다. 선백은 암호화폐 투자 사기와 관련한 민·형사 사건을 수임하면서 의뢰인으로부터 착수금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지급받기로 지난달 25일 약정하고, 9일 모 가상자산거래소에 로펌 명의로 마련한 (전자)지갑에 이체절차까지 끝냈다.

암호화폐로 보수를 받게 된 데에는 선백의 의지가 강했다. 오상엽(41·변호사시험 1회) 선백 변호사는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 신산업을 이끄는 기업 고객들과 발맞춰 법무법인도 혁신에 동참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우리가 먼저 의뢰인에게 착수금을 암호화폐로 받아보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선백은 가상자산거래소에 법인 명의의 지갑을 개설하는 등 암호화폐를 보수로 받기 위한 준비를 마친 만큼 앞으로도 암호화폐를 보수 수령 방식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법인 명의로 받은 암호화폐는 현금화가 어렵고, 암호화폐의 변동성 때문에 법인세 납부기준 등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선백은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제도 개선에도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오 변호사는 "아직 암호화폐로 보수를 받은 로펌은 없다고 들었다"며 "이 분야에 직접 뛰어들어 제도 개선책과 변호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 전례없는 일에 도전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화나 용역의 대가로 암호화폐를 지급받은 경우 암호화폐의 자산 평가 방식이나 법인세 납부 방식 등과 관련해 과세관청이 마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화·용역의 대가로 받은 암호화폐에 대해서) 자산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법인세를 어떻게 납부해야 할지 정확하게 정해진 지침은 없다"고 했다.

아직까지 과세관청의 지침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선백은 이후 마련되는 지침에 따라 최근 보수로 받은 암호화폐의 자산가치를 따져 법인세를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변동돼 보수금이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날 경우는 투자 리스크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로 보수금을 지급받을 때 합법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동률(46·사법연수원 33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가상자산은 아직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대상은 아니지만, 특정 서비스에 대한 보수로 지급된 경우에는 법인의 이익으로 매출 과세 대상이 된다"며 "다만 아직까지 가상자산에 법인세를 부과할 때 과세 기준일을 지급시점으로 할 것인지, 매출 결산시점으로 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법규나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법인의 매출 결산일을 기준으로 암호화폐의 시세를 따져 세금신고를 하고 법인세를 부과받는데, 법인이 세금신고만 제대로 한다면 법인세 납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스타트업들이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수임료로 주기도 하는데, 이 경우 주식 거래 과정을 기록하고 법인세 등을 납부해왔다"며 "하지만 암호화폐와 관련한 선례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암호화폐를 다른 지갑으로 이체하거나 현금화하는 과정 등에서 세금신고를 누락하게 될 우려가 있고, 암호화폐의 변동성으로 세금 가치를 공정하게 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보수 지급 방식이) 현행 세금과 제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실거래에 쓰이는 화폐로서의 성격도 강해지고 있어 정부당국이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 변호사는 "가상자산의 화폐로서의 기능을 인정한다면 평가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특정금융정보법 이외에 가상자산 관련 기준을 정립하려는 관련 법안이 꽤 발의돼 있지만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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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선백>의 대표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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