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학자를 소개하다 / 박진호

수학의 대칭과 무한의 화두 - 철학, 과학, 음악, 미술 예술의 영역까지 닿아

이정철 승인 2022.05.09 10:41 | 최종 수정 2022.05.09 10:51 의견 0

수학자 한 사람의 일생을 살펴본다는 것은 수학의 본질을 살펴보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과정일 수 있다. 수학은 수학자에 의해 발견되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되기도 하면서 바로 지금 여기에서 수학과 함께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며 긴밀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 명의 학생이 수학을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보는 과정은 수학자 한 사람이 수학을 발견하고 수학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만큼이나 값진 일이다. 수학은 수학을 배우고 알아가는 사람과 함께하며 깊이 스며 수학의 가치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아테네와 그 근방의 지중해 연안에서 시작된 수학은 철학과 천문학을 바탕으로 인류 지성의 커다란 축이 되었다. 수학은 15세기까지는 침체의 과정을 겪었다. 16세기에 이르러 오랜 세월 드러나지 않았던 삼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발견되어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수학적 사건은 종교개혁, 대항해시대, 르네상스, 해부학의 획기적 전환 등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인류 지성사에 큰 도약의 발판을 제공하였다. 사차다항식의 근의 공식이 삼차다항식의 경우와 함께 발견됨으로 수학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오차다항식의 근의 공식에 모아졌다. 그러나 오차다항식의 경우는 또다시 긴 세월을 필요로 하였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오차다항식의 근의 공식에 관한 비밀이 풀리며 다항식의 근의 공식은 대칭(symmetry)의 문제임이 알려졌다.

대칭과 함께 수학의 역사 시작부터 수학에 깊이 스몄으나 구체적으로 인식되지 않은 또 다른 개념은 무한(infinity)이다.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던 무한의 수학은 20세기 수학, 더 나아가 현대 수학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칭’과 ‘무한’을 주요 화두로 하여 약 500년에 걸쳐 펼쳐진 수학의 발전은 철학과 과학은 물론이거니와 음악과 미술 등 예술과도 무관하지 않다.

체코 프라하 태생 시인 릴케(R.M.Rilke, 1875~1926)의 대표적인 시들을 엮은 <두이노의 비가(Duineser Elegien)>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

영원한 흐름은 언제나

양쪽 영역을 통해

그 안에서 모두를 압도하면서

모든 시대를 이끌고 간다.

릴케는 그의 시에서 시간을 ‘영원한 흐름’으로, 과거와 미래를 ‘양쪽 영역’으로 표현했다. 같은 시대에 살았던 아인슈타인(A.Einstein, 1879~1955)은 릴케가 그의 시에서 표현한 시간을 과학에서 다뤘다. 서로 다른 영역일 수 있는 문학과 과학에서 언급된 시간은 서로 다른 개념일 수 있으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설명하는 언어가 수학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현상을 보다 더 깊게 관찰했고 직접 실험을 통해 이를 수학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하였다. 일반 상대성 원리의 시작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적 상상은 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적절한 수학이 필요했다. 그 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 모두를 아우르며 기하학의 본질을 설명한 리만에 의해 가능할 수 있었다.

<G.F.B. Riemann>
<A. Einstein>

근세를 빛낸 수학자들은 이들은 모두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세상을 설명하면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깊게 그리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 모두는 물리학적(혹은 천문학적) 상상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수학적 상상과 바라보는 지향점이 같아지게 되어 근세를 거치며 다른 모습 같은 결과로 이어져 온 수학자들이라 볼 수 있겠다.

(경기북과학고 수학교사 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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